누가 저스티스 리그를 죽였나
roq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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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3 00:42
누가 저스티스리그를 죽였나. : 조스 웨던 컷 부검 보고서
[범인이랑 살해 방법은 확실한데 동기를 모르겠다.]
저스티스 리그 잭스나컷 – 웨던컷을 정주행한 친구의 한줄 평이었습니다.
잭스나컷의 스토리는 명확하고, 알기 쉽고, 정석을 (영상미와 OST의 힘으로) 극한까지 밀고 갔습니다. 그걸 클라이막스에서 터뜨리고요.
1) 오리진 영화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듯한 사이보그의 기원과 성장
2) 이번 영화가 오리진인 플래시의 성장
3) 던옵저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배트맨의 이야기
4) 배트맨과 함께 팀의 리더 역할을 맡는 원더우먼
5) 희망의 상징인 슈퍼맨
서사의 비중이 어벤저스의 콜슨보다 적은 아쿠아맨을 빼면 캐릭터와 스토리가 잘 어우러져 있고, 특히 클라이막스는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는 작품의 캐치프레이즈를 끝까지 밀고 갑니다.
슈퍼맨은 확실히 지나치게 강한 감이 있고, 그 단점은 잭스나이더 컷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만큼 희망의 상징으로서의 슈퍼맨을 웨던 컷에선 굉장히 잘 드러내고 있어요.
사춘기 소년 같은 사이보그마저도 슈퍼맨을 희망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슈퍼맨의 부활에 부정적이던 아쿠아맨도 슈퍼맨의 재등장 이후 그를 받아들입니다. 스테판울프 앞에서 팔찌 부딪히던 원더우먼은 어떻고요. 강한 적을 만났을 때의 미소가 아니라 희망에 가득찬 웃음과 함께 스테판울프를 날려버려요.
최종 위협인 마더 박스를 분리할 수 있는 건, 근원이 같으며 0과 1을 조종하는 사이보그이고, 이미 망해버린 세계를 되돌릴 수 있는 건 빛보다 빠르게 달려 법칙을 깰 수 있는 플래시 뿐입니다.
팀업 영화에서 이 정도면 클라이막스 전투신의 배분이 꽤 잘 된 편이라고 봅니다. 어벤저스에서도, 특히 1과 2의 클라이막스에서 싸움은 빅2(여기에 아이언맨까지 끼워주면 빅3)가 다 해먹잖아요. 원더우먼, 배트맨, 아쿠아맨도 스토리상 비중은 클라이막스에서 좀 적지만 액션 분량은 꾸준히 챙기고 있고.
이 정도면 오락영화로서 거의 완벽한 클라이막스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게 웨던 컷에선 다 갈려 나갔죠.
[You can’t save the world Alone]을 [You Kent, Save the World Alone]로 바꾼 것도 조스 웨던이고.
교도소에서 아버지와 한 대화를 클라이막스에서 재현하며 포텐을 터뜨리는 플래시를 어처구니없게 만든 것도 조스 웨던이죠. 원더우먼 가슴에 얼굴 파묻기, (클라이막스 전투에서) 달리다가 발 꼬여 넘어지기, 그 빌어먹을 놈의 러시아인 가족 구하는데 바로 옆에서 아파트를 통째로 들고 날아가는 슈퍼맨…….
플래시가 멋있어보일 수 있는 장면을 단 하나(원더우먼 칼 돌려주기) 빼고 전부 날린 다음 캐릭터를 시궁창에 처박았어요. 대체 왜죠? 요즘 조스 웨던 인종차별자 의혹이 올라오는데, 배우인 애즈라 밀러가 유대계라서 맘에 안 들었던 걸까요?
사이보그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얼굴이 검고 몸이 은색으로 반짝이는 병풍이에요. 공교롭게도 레이 피셔도 흑인이네요…….
배트맨은 또 왜 그렇게 망가뜨려 놨는지. 클라이막스 전투에서 배트맨이 멋있어 보일 수 있는 장면 아예 빼버렸거든요. 아 두시간 아래로 컷하고 싶어서 그랬구나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죠? [그럼 러시아 가족은 왜 넣었는데?] 사실 어벤저스 1, 2에서 캡틴 아메리카 조져놓은 거 생각하면 웨던은 어정쩡하게 초인 사이에 끼어 있는 남성 캐릭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범인이랑 살해 방법은 확실한데 동기를 모르겠다.]
저스티스 리그 잭스나컷 – 웨던컷을 정주행한 친구의 한줄 평이었습니다.
잭스나컷의 스토리는 명확하고, 알기 쉽고, 정석을 (영상미와 OST의 힘으로) 극한까지 밀고 갔습니다. 그걸 클라이막스에서 터뜨리고요.
1) 오리진 영화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듯한 사이보그의 기원과 성장
2) 이번 영화가 오리진인 플래시의 성장
3) 던옵저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배트맨의 이야기
4) 배트맨과 함께 팀의 리더 역할을 맡는 원더우먼
5) 희망의 상징인 슈퍼맨
서사의 비중이 어벤저스의 콜슨보다 적은 아쿠아맨을 빼면 캐릭터와 스토리가 잘 어우러져 있고, 특히 클라이막스는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는 작품의 캐치프레이즈를 끝까지 밀고 갑니다.
슈퍼맨은 확실히 지나치게 강한 감이 있고, 그 단점은 잭스나이더 컷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만큼 희망의 상징으로서의 슈퍼맨을 웨던 컷에선 굉장히 잘 드러내고 있어요.
사춘기 소년 같은 사이보그마저도 슈퍼맨을 희망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슈퍼맨의 부활에 부정적이던 아쿠아맨도 슈퍼맨의 재등장 이후 그를 받아들입니다. 스테판울프 앞에서 팔찌 부딪히던 원더우먼은 어떻고요. 강한 적을 만났을 때의 미소가 아니라 희망에 가득찬 웃음과 함께 스테판울프를 날려버려요.
최종 위협인 마더 박스를 분리할 수 있는 건, 근원이 같으며 0과 1을 조종하는 사이보그이고, 이미 망해버린 세계를 되돌릴 수 있는 건 빛보다 빠르게 달려 법칙을 깰 수 있는 플래시 뿐입니다.
팀업 영화에서 이 정도면 클라이막스 전투신의 배분이 꽤 잘 된 편이라고 봅니다. 어벤저스에서도, 특히 1과 2의 클라이막스에서 싸움은 빅2(여기에 아이언맨까지 끼워주면 빅3)가 다 해먹잖아요. 원더우먼, 배트맨, 아쿠아맨도 스토리상 비중은 클라이막스에서 좀 적지만 액션 분량은 꾸준히 챙기고 있고.
이 정도면 오락영화로서 거의 완벽한 클라이막스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게 웨던 컷에선 다 갈려 나갔죠.
[You can’t save the world Alone]을 [You Kent, Save the World Alone]로 바꾼 것도 조스 웨던이고.
교도소에서 아버지와 한 대화를 클라이막스에서 재현하며 포텐을 터뜨리는 플래시를 어처구니없게 만든 것도 조스 웨던이죠. 원더우먼 가슴에 얼굴 파묻기, (클라이막스 전투에서) 달리다가 발 꼬여 넘어지기, 그 빌어먹을 놈의 러시아인 가족 구하는데 바로 옆에서 아파트를 통째로 들고 날아가는 슈퍼맨…….
플래시가 멋있어보일 수 있는 장면을 단 하나(원더우먼 칼 돌려주기) 빼고 전부 날린 다음 캐릭터를 시궁창에 처박았어요. 대체 왜죠? 요즘 조스 웨던 인종차별자 의혹이 올라오는데, 배우인 애즈라 밀러가 유대계라서 맘에 안 들었던 걸까요?
사이보그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얼굴이 검고 몸이 은색으로 반짝이는 병풍이에요. 공교롭게도 레이 피셔도 흑인이네요…….
배트맨은 또 왜 그렇게 망가뜨려 놨는지. 클라이막스 전투에서 배트맨이 멋있어 보일 수 있는 장면 아예 빼버렸거든요. 아 두시간 아래로 컷하고 싶어서 그랬구나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죠? [그럼 러시아 가족은 왜 넣었는데?] 사실 어벤저스 1, 2에서 캡틴 아메리카 조져놓은 거 생각하면 웨던은 어정쩡하게 초인 사이에 끼어 있는 남성 캐릭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스테판울프는 그냥……. 잭스나 컷에서도 은박지 두른 덩치이긴 했지만 생김새나 체형에서 위압감은 느껴지고 불꽃패드립으로 원더우먼 도발도 하는데 웨던 컷에서는 인자한 염소 아저씨잖아요.
빌런과 히어로들이 멋있어 보일 만한 장면은 클라이막스 액션 일부를 빼놓고는 다 작살을 내놨고, 그 자리에 저질스러운 개그(원더우먼 코박죽, 진실의 올가미를 잡은 아쿠아맨, 배트-뿌우, ‘비밀 병기(Big Gun)’이랍시고 데려온 로이스 레인 등…….)와 러시아 가족을 끼워 넣었어요.
‘두시간 아래로, 더 밝게’가 워너의 주문이었다고 하는데……. 조스 웨던은 그 주문을 '두 시간 아래로, 잭 스나이더가 이룬 것을 주춧돌 하나까지 무너뜨리도록'으로 받아들였던 걸까요?
빌런과 히어로들이 멋있어 보일 만한 장면은 클라이막스 액션 일부를 빼놓고는 다 작살을 내놨고, 그 자리에 저질스러운 개그(원더우먼 코박죽, 진실의 올가미를 잡은 아쿠아맨, 배트-뿌우, ‘비밀 병기(Big Gun)’이랍시고 데려온 로이스 레인 등…….)와 러시아 가족을 끼워 넣었어요.
‘두시간 아래로, 더 밝게’가 워너의 주문이었다고 하는데……. 조스 웨던은 그 주문을 '두 시간 아래로, 잭 스나이더가 이룬 것을 주춧돌 하나까지 무너뜨리도록'으로 받아들였던 걸까요?
사실 '두 시간 아래'를 핑계대는 것도 웃긴 게 잭스나가 찍은 장면을 다 갈아버린 다음 거기에 무의미한 장면들을 끼워 넣었잖아요. 이러면 시간 핑계를 못 대죠. 영화가 망가진 원인의 75%는 웨던이 끼워넣은 장면인데요. 상영 시간과 관계 없이 웨던 컷은 서사가 이상하고 감독의 의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히어로들을 XX으로 만들어놓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아, 오프닝은 웨던 컷이 훨씬 나았습니다. ‘슈퍼맨이 죽은 이후의 세상’을 몇분 안 되는 분량에 개쩌는 노래와 함께 선보였고, 이건 정말 좋았습니다. 그게 다라서 그렇지. 아, 그리고 원더우먼이 손톱으로 칼 가는 걸 넣은 것도 웨던이더라고요. 그것도 좋았습니다. 인정!
‘네 시간이니까 이 정도 스토리를 낼 수 있던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잭스나이더컷은 사실 군더더기와 슬로우모션의 덩어리거든요. 타이트하게 조였으면 2시간 20분 정도까지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슬란드의 설경을 걸어가는 배트맨, 아쿠아맨 사라지고 갑자기 민요를 부르는 마을 아가씨들(대체 왜?) 비장하게 화살을 꺼내는 아마존, 마샨 맨 헌터, 이상할 정도로 긴 에필로그(에필로그만 이것만 해도 거의 20분) 등등. 사이보그 능력 설명하는 장면도 좀 웃기죠. 그걸 왜 다 듣고 있어.
저는 잭 스나이더가 일부러 편집을 안 했다고 생각해요. [극장 상영도 아니고 시간도 널럴하니 촬영한 장면은 다 쓰겠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요.
배트맨 대 슈퍼맨은 서사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잭스나이더 컷의 스토리는 명확하고 알기 쉽고 정석적입니다. 타이트하게 조이면 2시간 초반대로 컷내면서 작품의 핵심적인 뽕은 다 채워줄 수 있었을 겁니다.
누가 저스티스 리그를 죽였나.
2017년에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잭 스나이더는 아닙니다.
아, 오프닝은 웨던 컷이 훨씬 나았습니다. ‘슈퍼맨이 죽은 이후의 세상’을 몇분 안 되는 분량에 개쩌는 노래와 함께 선보였고, 이건 정말 좋았습니다. 그게 다라서 그렇지. 아, 그리고 원더우먼이 손톱으로 칼 가는 걸 넣은 것도 웨던이더라고요. 그것도 좋았습니다. 인정!
‘네 시간이니까 이 정도 스토리를 낼 수 있던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잭스나이더컷은 사실 군더더기와 슬로우모션의 덩어리거든요. 타이트하게 조였으면 2시간 20분 정도까지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슬란드의 설경을 걸어가는 배트맨, 아쿠아맨 사라지고 갑자기 민요를 부르는 마을 아가씨들(대체 왜?) 비장하게 화살을 꺼내는 아마존, 마샨 맨 헌터, 이상할 정도로 긴 에필로그(에필로그만 이것만 해도 거의 20분) 등등. 사이보그 능력 설명하는 장면도 좀 웃기죠. 그걸 왜 다 듣고 있어.
저는 잭 스나이더가 일부러 편집을 안 했다고 생각해요. [극장 상영도 아니고 시간도 널럴하니 촬영한 장면은 다 쓰겠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요.
배트맨 대 슈퍼맨은 서사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잭스나이더 컷의 스토리는 명확하고 알기 쉽고 정석적입니다. 타이트하게 조이면 2시간 초반대로 컷내면서 작품의 핵심적인 뽕은 다 채워줄 수 있었을 겁니다.
누가 저스티스 리그를 죽였나.
2017년에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잭 스나이더는 아닙니다.
추신.
2017년에 2시간 아래로 스나이더가 편집한 버전이 나왔으면 좀 못 봐줄 영화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잭스나가 직접 편집했다면 슬로우모션을 있는대로 넣고, 아마존 씬도 절대 안 빼고, 아이슬랜드 민요씬도 안 뺐을 거니까요. 그러면 네…… 뭐……. 우리가 아는 잭스나 영화 나왔겠죠. 그래도 클라이맥스는 남았을 거고,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잭스나컷에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배트 옆차기, 배트 착지, 배트 긴급탈출, 슈퍼 어깨치기 등은 전부 잭스나컷에도 유지됩니다. 재미있는 건 이 [히어로를 XX으로 만드는 장면]이 웨던 컷에서도 남아 있다는 거지요……. 진짜 조스 웨던의 목적은 히어로들을 XX으로 만드는 거였을까요?
(그래도 배트 긴급탈출은 잭스나컷에서 확실히 보강됩니다. 구르는 배트모빌로 패러데몬 뭉개고, 배트-긴급탈출 후 배트 클로로 파라데몬 공격 피하고. 딱 5초쯤 되는 장면으로 배트맨을 다섯 배는 멋있게 만들어 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