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이 5일 오후 2차 TV토론에서 공약과 정책 비전을 두고 격돌했다.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의 대표 브랜드 '기본 소득'이었다.

JTBC와 MBN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8명의 예비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세균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이광재 의원은 빠졌다.

주도권 질문 등 여러 방식의 토론에서 후보들은 성장과 복지, 양극화, 일자리, 검찰 개혁, 지역 균형발전 등 다양한 정책과 의제를 놓고 차분히 맞붙었다.

다만 이 가운데 가장 큰 소리가 오가고 반박과 재반박이 치열했던 전선은,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기본 소득 쪽에 형성됐다.

이번에도 포문은 박용진 후보가 열었다.
박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지난번 토론회에서 '기본 소득을 임기 내에 하겠다'고 공약한 적이 없다고 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나"라고 물었다.

 

정세균 후보도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대표 공약으로 하지도 않았고, 임기 내에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할 수 있겠다고 답했다"며 "국민 대부분이 이것을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이라고 생각하는데,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지원 사격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공정성과 수요를 회복해 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이고,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만 많은 재정이 필요하고,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순차적으로 단기·중기·장기를 나눠서 장기 목표를 두고 시작하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단시간 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에 박용진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 이 후보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간 50~60조원에 이르는 조세감면분을 절반가량 축소하면 1인당 25만원씩 분기별 지급이 가능하다'고 썼던 사실을 거론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 되시면 바로 그 해에 가능하다는 거냐"며 "그렇게 말하면 연 25조원의 돈을 문재인 정부가 허투루 쓰고 있다는 말씀 아닌가"라고 이 후보를 몰아세웠다.

또 "1호는 아니지만 100호 공약에 들어갈 수 있다고 차라리 솔직하게 하는 게 맞다. 왜 자꾸 말을 바꾸나"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흉볼 것 없다. 그 양반은 한 말이 없지, 한 말을 뒤집은 적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후보도 재차 "압도적 1위인 이 지사의 한말씀 한말씀이 무겁다. 입장을 바꾼 것이라면 죄송하다고 사죄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이에 추미애 후보가 나서 "박 후보가 윤석열을 가지고 와서 우리 이재명 후보가 말을 뒤집는다고 하는 것은 과하다. 최대의 거짓말을 한 사람이 윤석열 후보"라며 이 후보를 감쌌다.

뒤이어 발언 기회를 얻은 이 후보는 "추미애 후보가 지원해주셔서 각별히 감사를 드린다"고 밝힌 뒤 "기본 소득은 반드시 도입해야 할 핵심 정책이지만 순서에 있어서 좀 뒤에 한다는 취지"라고 다시 설명했다.

아울러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 "기본 소득 토지세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증세가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 소득이 과연 유효한 정책일지 체감하고 난 다음에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 가족 욕설 논란과 사생활 관련 의혹도 토론 중 쟁점에 올랐다.

정세균 후보가 "스캔들 해명 요구에 대해서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건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가족 간 갈등이 녹음이 돼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 불찰"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 후보가 "그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스캔들에 관한 질문"이라며 배우 김부선씨와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묻자 이 후보는 "제가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고 맞받았다.

검찰 개혁과 관련한 추미애 후보와 이낙연 후보 간 팽팽한 신경전도 눈에 띄었다.

추 후보가 이 후보에게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윤석열 전 총장에게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 별로 기억나는 바가 없다"고 따져 묻자 이 후보는 추 후보 말을 끊고서 "행태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판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