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땡' 게임 셧다운제...10년 만에 존폐 기로에
게임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존폐 갈림길에 섰다. 초등생 인기게임인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로 한국에서만 성인용으로 전환될 위기에 놓이자, 게임 이용자와 정치권에서 셧다운제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까지 "개선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게임업계 족쇄로 여겨졌던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셧다운제 폐지법안은 총 3건 발의됐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PC온라인게임과 유료콘솔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법안을 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부모가 게임 이용시간을 선택하는 '선택적 셧다운제' 강화 법안을 제안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행 셧다운제에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대권주자들도 관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혁신의 시대에 부처(여가부)의 복지부동이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며 "규제개혁으로 게임산업 활성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총리도 지난달 30일 호남대 이(e)스포츠산업학과 학생들과 만나 "청소년 셧다운제 폐지를 정부가 검토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여가부 폐지도 셧다운제와 맞닿아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들 모두 과거 셧다운제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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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10년 전엔 '한마음 한뜻'으로 셧다운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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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eyToday '12시 땡' 게임 셧다운제...10년 만에 존폐 기로에현재는 여야 모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사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여야 합작품이나 다름없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지난 2004년 게임으로 청소년 수면권이 침해당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서 시작했다. 2005년 김재경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시작으로 여야에서 셧다운제 입법화 시도가 이어지다, 2011년 4월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란 이름의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해 같은 해 11월에 시행됐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셧다운제를 통과시켰다. 청소년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게임 과몰입을 예방해 게임을 둘러싼 가정 내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에 모두 공감한 것이다.
반면 게임업계에선 게임 이용시간을 규제하는 건 전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식 규제라고 반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산업진흥법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법(셧다운제)까지 더해져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PC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규제가 적용되면서 해외와 국내 사업자간 역차별 논란도 일었다.
일각에선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기본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2014년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셧다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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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로 청소년 수면시간 겨우 '1분30초' 늘어…실효성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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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eyToday '12시 땡' 게임 셧다운제...10년 만에 존폐 기로에문제는 셧다운제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다. 2019년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연구 결과 셧다운제로 늘어난 청소년 수면시간은 1분30초에 불과했을 정도로 미미했다. 게임과 수면시간 간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어려운 데다,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 유튜브·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PC 온라인 게임 대체재가 수없이 쏟아지면서 실효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다.
조문석 한성대 교수는 '2020 게임 이용자 패널 연구'에서 "셧다운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게임군에서도 이용자의 수면시간과 게임이용시간의 의미 있는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모바일 기기가 보급·확산한 상태에서 온라인 게임만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효과성 측면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중독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소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2020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서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게임 이용 빈도·시간이 증가했지만 과몰입군과 과몰입위험군 비율 증가로 이어지진 않았다"라며 "게임을 더 오래, 자주 한다고 해서 문제적 게임 사용 수준이 꼭 높아지는 건 아닐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게임이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엔 청소년의 게임 조절력·활용력을 높여주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선택적 셧다운제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판이 계속되자 여가부는 "마인크래프트 논란과 별개로 2014년부터 '셧다운제 개선'을 계속 검토해왔다"며 "청소년 보호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노력을 하는 한편,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청소년 보호 주무 부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